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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그루 - 캘리그라피 나무현판을 만듭니다.

 

구름... 노을 이다.

 

구름속에 노을이 가득하다.

어린시절 떠오르는 붉은 빛의 노을가득한 하늘 저 끝. 기억이 꿈틀거렸다.

 

노래가사중에 '작은언덕'이라는 단어들이 꽤 있는 것 같은데

그야말로 내가 살던 시골집에는 '작은 언덕'이 있었다. 

 

코흘리게 시절, 놀다가 놀다가 지쳐서 그 언덕에 앉아서 

산에 걸려있는 노을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생각이 난다.

 

왠지 노을을 보고있으면...

지금 여기 이렇게 앉아있으면 안될 것 같은 그런 생각마저 들곤했다.

이런 생각 해 보신 분이 있을련지...

 

저 노을이 가라 앉는 그 곳으로 괜히 달려가야 할 것 같은 그런 기분.

캘리그라피 작업을 하면서 

그 때 , 그 추억을 생각하며 그려나갔다.

 

이제는 다시 올 수도 없는. 기억 속의 노을과 구름, 바람.. 산과 들을 생각하면서

덕분에 향수에 빠져들어버렸다.

 

 

g1.jpg

 

의뢰자분께서는 나무그루 현판의 필체가 마음에 든다고 하셨다.

 

(나무그루의 글씨체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서체이다. 데이터가 따로 있어서

그 것을 가져다가 쓰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할 능력도 없거니와 할 때마다 약간씩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삶의 지표가 다르고 인생관이 다른데 정해진 글씨체를 가져다가 쓴다면

의뢰자의 마음을 헤아려 담아내는 서체가 나올까??

나무그루서체는 디자이너의 마음 속에 영원히 각인된, 나무그루만의 잡히지 않는 하나의 '방법'이다.)

 

나무그루의 서체와

'구름과노을' 이라는 글자와 맞을지는 

완성하기 전까지는 디자이너역시 가늠할 수가 없다.

 

느낌을 받는데로 하기 때문에

그 것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g2.jpg

 

그런데

해 놓고 보니

이질감은 들지 않았고 느낌도 좋게 나와줬다.

 

 

구름은 '구름'이고, 노을은 '노을'이다.

구름과 노을은 전혀 다른 형상이다.

 

그 둘이 만났을 때

추억이 생겨나고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좋은 기억이 남는다....

 

 

g3.jpg

 

자세히 관찰 해 보면.

구름과 노을의 필체가 약간 다름을 알 수 있다.

 

이 것이 나름의 핵심인데,

두 단어를 같은 필체로 하지 않음이 중요하다.

 

저 멀리 노을 속에 구름이 산에 걸리는 현상을

표현해야 하기 위함이었다.

 

완전히 다르지 않으면서 두 단어가 조화롭게 보여야 한다는 것.

이 것이 표현하고자 애를 썼던 포인트이다.

 

아래는 다른 시안이다.

위의 필체와는 느낌이 다르다.

구름과노을3-01.jpg

 

 

말 그대로 구름과 노을이 하나로 보이도록 하기 위함이고

마치 하나의  풍경 그림처럼 나타내고자 디자인하였다.

 

어찌보면 글씨이고, 또 어찌보면 그림같은,

글씨이면서도 그림이며 현판의 기본적역할인 정보전달적 측면 또한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글 해석을 잘 하면 한문이나 영어 못지않은 나름의 멋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예술가' 혹은 '작가'들과 '디자이너'라고 불리우는 이들과 다른점이라면

 

'예술가'나 '작가'들은 고객의 요청에 따라 움직인다기보다는

철저하게 '주관적 입장'에서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이고

 

디자이너는 어찌보면 고객의 요청에 의해 움직이는 상업적인 '결과물'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예술가'나 '작가'들은 명예로움을 가장 우선시하는 입장일테고

디자이너는 그 것에 더 해 '자본주의적 산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야기 하자면 상당히 깊어지고, 원론적인 접근이 가능할테지만

이 것은 말꼬리잡기에 지나지 않을 듯 하다.

 

글씨를 그릴 때에는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획을 그어나갈 뿐이다.

설령, 그 것이 맞든 틀리든간에 개의치 않는다.

 

왜냐면

 

이유는 간단하다.  '나무그루' 이기 때문이다.

나무그루만의 색이 있는 것이고

나무그루만의 '사풍(社風)'이 있기 때문이다. 

 

 

 

 

g4.jpg

 

나무의 음각 결을 보고 있으면

자연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진다.

 

 

g5.jpg

 

 

삼나무(스기목)이며

원목 양각음각 한 통으로 제작된다.

 

보통은 현판의 크기나 장소에 따라 이다매로 할지, 마사로 할지 결정을 해야 한다.

이다매는, 약간 곡선을 그리면서 결의 흐름이 다양하다. 때문에 최종결과물이

매우 아름답게 나올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마사는, 무늬가 아름다운 편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이다매보다 수축률이 낮아 변형이 적어서 오래 지속될 수 있다.

( 마사 : 결이 곧고 쭉 뻗는 나무결 )

물론, 무엇을 만드느냐에 따라 이다매가 쓰일 수도 있고, 마사가 쓰일 수도 있다.

 

햇볕이 강하거나 습기와 온도가 심하게 차이가 나는 곳일 때는

마사로 하는 것이 맞지만 아름다운 무늬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지 않고 비교적 작은 것을 만들거나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한다면

이다매가 맞겠다. 

그 둘을 적절하게 사용해야하는 것이 상당히 난해하고 어려운 것이다.

아름다움과 견고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면 그 얼마나 좋을까?

 

무늬가 적당히 나와줘야 한다는 것이 매우 난해한 것이다.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적당함.

 

가장어려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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